조선의 언어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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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이프0구0천주황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8.178) 작성일 님이 2016년 06월 08일 13시 17분 에 작성하신 글입니다 475 읽음본문
"빵에서 나오는 끈이 뭐게~요? 따끈따끈~" -모 아이돌의 언어유희.
오늘날 단순한 언어유희는 살의를 불러일으키는 저질 개그 정도로 취급받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 이런 형태의 말놀음은 상당한 수준의 지적 유희로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기록에 남아있는 정조대왕과 다산 정약용 선생의 문답을 소개할까 합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공격측(?)인 정조대왕이 특정한 형식의 언어유희를 하면 수비측(?)인 정약용 선생이 같은 형식으로 받아치는 문답입니다.
정조 : 말이 마치(馬齒. 말의 이) 하나둘 일이(一二)
- 말이 마치 한두마리 이리처럼 보인다는 뜻. 같은 뜻을 가진 두 가지 단어만으로 온전한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정약용 : 닭의 깃 계우(鷄羽) 열다서 시오(十五)
- 닭의 깃이 겨우 열다섯 개라는 뜻. 같은 형태의 문장입니다.
정조 : 보리 뿌리가 맥근 맥근(麥根 麥根)
- 보리 뿌리가 매끈매끈 하다는군요. 앞부분의 주어가 의태어로 변했습니다.
정약용 : 오동 열매가 동실 동실(桐實 桐實)
- 마찬가지로 멋지게 방어(?)해 냈습니다. 오동나무 열매가 동실동실 열렸다고 합니다.
정조 : 까치 여덟이 팔작 팔작 (八鵲 八鵲)
정약용 : 송아지 다섯이 오독 오독 (五犢 五犢)
-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까치 여덟이 팔짝팔짝 뛴다고 표현한 재치나, 송아지 다섯이 오독오독 거린다고 표현한 유머 감수성이나, 정말 김동수해설 말마따나 스타급 센스입니다.
정조 : 술 먹고 수란(水卵)먹고
정약용 : 갓 쓰고 갓모(帽.모자 모)쓰네
- 술 먹고 술 안 먹고, 갓 쓰고 갓못 쓴다는 모순된 문장을 한자로 표현했습니다.
정조 : 창(槍)으로 창(窓) 뚫으니 창(槍)구멍인가? 창(窓)구멍인가?
정약용 : 눈(雪)으로 눈(目) 씻으니 눈물(雪水)입니까? 눈물(淚)입니까?
이런 문답이 끝나고 나서 정조께서는 껄껄 웃으며 '다산(정약용의 호)의 재치가 하늘에 닿으니 오늘은 짐이 졌도다' 라고 치하하셨고, 정약용 선생은 '아닙니다 소신이 전하를 당할 재간이 없사오니 소신이 졌사옵니다' 라고 답했다 되어 있습니다.
임금과 신하가 주고받은 재치있는 대화이자 우리말의 재미를 일깨워주는 귀중한 사료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ps.
엄격한 군신의 격의를 벗어두고 신하와의 농담을 즐긴 정조대왕이야말로 탈권위란 말이 나오기도 전에 탈권위적이었던 인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역시 다산 선생과 같은 위대한 학자를 알아보고 곁에 가까이 하신 분답습니다. 반면 200년이 흘렀는데도 예전의 나랏님 지위에 앉은 분이 유난히 권위를 찾으시고, 영의정께서는 백성들을 모두 자기 가마꾼 정도로 알고 계시니 정조대왕 보기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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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건
입에이프0구0천주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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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이프0구0천주황님의 댓글

입에이프0구0천주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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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이프0구0천주황ㄴㄷ |
주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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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아제인가요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