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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의 비애, 우리가 먹는 음식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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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c76720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10.180) 작성일 님이 2017년 01월 21일 23시 00분 에 작성하신 글입니다 929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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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이는 20대 중반이구요.

 

군대 전역하기 3달전. 먹는 것을 좋아하기에 단순히 선택했던 직업이었는데요.

 

한식이나 일식, 중식보다 생소한 양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초봉이나 근무여건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을게요. 많은 양식 요리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기 때문에.

 

요리는 취미로만 남겨두었어야 했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요리와 실제 레스토랑에서 먹는 요리의 재료나 서비스 수준이 일치할 확률은 1~2만원대에선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정도 가격대에선 각종 공장 가공품과 실제 재료의 비율이 5:5라고 보시면 되요. 드시는 스테이크는 진공포장 상태이지만 1주일이상 냉장고에 있었을 것이고, 해산물은 해외의 냉동공장에서 가공된 뒤 레스토랑에서는 1~2일 해동된 것을 썼을 확률이 높아요.

 

2년 넘게 일한 캐주얼 레스토랑에서 느낀 지루함으로 인해 좀 더 고급 레스토랑으로 옮겨서 6개월 일해보았습니다. 재료의 수준이나 준비(prep) 과정이 훨씬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더군요. 그러나 그걸 알고 먹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요? 분명 공장 가공품이 섞여 만들어진 소스의 맛이 훨씬 장사에는 도움이 됩니다. 고급 레스토랑은 이익을 음식에서 낼 수 없습니다. 술이나 서비스로 회수하죠. 

 

덴마크로 여행을 가서 최고급 레스토랑이라는 곳에서 딱 2번 정도 식사를 했습니다. 10개정도의 요리가 1시간 30분정도 서빙됩니다. 담백하고 고소한 간이었는데 한국의 얼큰하고 짜고 매운 간하고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물론 서민들이 먹는 덴마크 음식은 영국 음식과 비슷합니다. 맛없어요.

 

그리고 지금은 경기도의 대기업 라면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월급은 2배에 가깝고 근무여건도 좋습니다. 스프에 들어가는 재료를 보니 MSG 뿐만 아니라 I+G, 알라닌, 글리신, 호박산소다, 구연산, 사과산, 구아검, 함수결정포도당, 색소, 카제인 나트륨 그리고 각종 업체의 공장에서 들어오는 수십가지의 분말스프들이 모여서 하나의 분말스프가 완성됩니다.

 

거기에 글루텐, 난각칼슘, 비타민등의 영양첨가물이 첨가되어 면과 액상스프가 완성됩니다. 그리고 면과 스프가 엄청난 속도의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서 수많은 노동자의 손으로 포장용기에 담깁니다.

 

한국 경제가 얼어붙고 있는데 라면공장은 활황입니다. 재고소진율, 공장가동률이 최고입니다. 상여금이 나오고 주말에도 나오라고 합니다.

 

제가 처음 요리를 시작한 건 단순했지만 진지했습니다. 물론 초심을 잃고 돈에 쫓겨 지금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요.

 

우리가 먹는 음식에 뭐가 들어가는지 알아야 합니다.

 

서민 경제는 어려워지는데 KT&G나 대기업 라면공장은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수제 롤링타바코나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정부압력에 눈치보고 있고 좋은 재료를 양심있게 저렴하게 파는 실력자들의 조용한 맛집은 TV에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로 합법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니코틴 수급이 원활해지기를 바랍니다. 좀더 다양하고 풍부한 향을 소비자가 직접 배합하고 손수 즐길수 있는 전자담배 시장이 건전하게 한국에서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네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사진은 울산 방어진에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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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pcc76720님의 댓글

pcc76720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162.240)
회원아이콘 @꼼탱이그래도 음식은 맘놓고 즐겁게 먹어야지요! 그냥 니코틴 수급이 원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이에요 ㅠㅠ

pcc76720님의 댓글

pcc76720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162.240)
회원아이콘 @솔개한국에서 msg, 조미간장, 굴소스 빼라고 하면 한중일식 통틀어서 호텔 레스토랑만 남을거에요 ㅎㅎ 그냥 맛있는거 먹을땐 아무걱정없이 행복하게 먹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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