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만찬 > 자유게시판

사이트 내 전체검색


자유게시판
회원아이콘

아내의 만찬

페이지 정보

홀로가는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3-25 06:48 2,040읽음

본문

0317_1

오늘도 일자리에 대한 기대를 안고 새벽부터 인력시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공사장 일을 못한지 벌써 넉 달.
인력시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가랑비 속을 서성거리다
쓴 기침 같은 절망을 안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아내는 지난달부터 시내에 있는 큰 음식점으로 일을 다니며
저 대신 힘겹게 가계를 꾸려 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린 자식들과 함께한 초라한 밥상 앞에서
죄스러운 한숨을 내뱉었고 그런 자신이 싫어서 거울을 보지 않았습니다.

전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고 오후에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목이 긴 작업 신발에 발을 밀어 넣으며
빠져 나올 수 없는 어둠을 생각했습니다.
혹시라도 집주인 아주머니를 만날까 봐 발소리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벌써 여러 달째 밀려 있는 집세를 생각하면
어느새 고개 숙인 난쟁이가 되어 버립니다.

저녁 즈음에 오랜 친구를 만나 일자리를 부탁했습니다.
친구는 일자리 대신 삼겹살에 소주를 샀습니다.
술에 취해, 고달픈 삶에 취해 산동네 언덕길을 오를 때
야윈 나의 얼굴 위로 떨어지던 무수한 별들..
집 앞 골목을 들어서니
귀여운 딸아이가 나에게 달려와 안겼습니다.

 

0317_2

“아빠 오늘 엄마가 고기 사왔어!
아빠 오면 먹는다고 아까부터 기다렸단 말이야”

일을 나갔던 아내는 늦은 시간이지만 저녁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사장님이 애들 갖다 주라고 이렇게 고기를 싸주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 준이가 고기 반찬 해 달라고 하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집세도 못 내는데 고기 냄새 풍기면 주인집 볼 낯이 없잖아
그게 마음에 걸려서 지금에야 저녁을 준비한 거에요.
11시 넘었으니까 다들 주무시겠죠 뭐”

불고기 앞에서 아이들의 표정은 티없이 밝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아내는 행복해 했습니다.

“천천히 먹어 잠자리에 체할까 겁난다.”

“엄마 내일 또 불고기 해줘 알았지?”

“내일은 안 되고 엄마가 다음에 또 해줄게
우리 준이 고기가 많이 먹고 싶었구나?”

아내는 어린 아들을 달래며 제 쪽으로 고기 몇 점을 옮겨 놓았습니다.
“당신도 어서 드세요”

“응. 난 아까 친구 만나서 저녁 먹었어.
당신 배고프겠다 어서 먹어”

 

0317_3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고기 몇 점을 입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당으로 나와 달빛이
내려앉은 수돗가에 쪼그려 앉아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습니다.
가엾은 아내..
아내가 가져온 고기는 음식점 주인이 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숫기 없는 아내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쟁반의 고기를 비닐 봉지에 서둘러 담았을 것입니다.

아내가 구워준 고기 속에는 누군가 씹던 껌이
노란 종이에 싸인 채 섞여 있었습니다.
아내가 볼까 봐 전 얼른 그것을 집어 삼켜 버렸습니다.
아픈 마음을 꼭꼭 감추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착한 아내의 마음이 찢어질까 봐..

- 이철환 지음 연탄길 중에서 -

 

결혼을 합니다.
사랑해서, 헤어지기 싫어서, 힘이 되고 싶어서..
살아갑니다.
현실의 벽은 결혼 전 행복만을 다짐했던 그 순수한 마음을 가로막습니다.
아이를 낳습니다.
아이들의 재롱에 힘든 삶을 잠시 내려놓지만,
제자리인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에겐 당신이 당신에겐 내가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힘이 되어주는 평생 내편이 곁에 있기에
혼자 일 때 보다 백만 배, 천만 배 행복합니다. 

추천 4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 10

자유게시판 목록

전체 224,364건 10482 페이지
인기글 66이랑 555둘다 드셔보신분?

03-26 살레시오

댓글1
인기글 와.. 근데 이번 나눔에서 메탈 스티커 받으시는분 계시겠…

03-26 세타

댓글7
인기글 그냥 어디엔가 자랑하고싶었습니다

03-26 60일이내

댓글26
인기글 본인요청에 의해 블라인드 처리된 게시물입니다.

03-26 수폭

댓글38
인기글 마밀이 맛있긴 맛있나 봅니다.

03-26 림갱

댓글20
인기글 구매 판매 교환에 대한 건의

03-26 FLllOz

댓글13
인기글 나눔비 5천원에 대한 생각

03-26 미스글램

댓글17
인기글 저는 덕후 입니다...

03-26 리쿠샤

댓글21
인기글 전자담배 3개월

03-26 zizou

댓글5
저 갑자기 든 생각인데..

03-26 qrpp

댓글13
인기글 제가 참.. 퇴근하고는 원래 글 잘 안쓰는데..

03-26 소울카제

댓글20
인기글 이만 자러갑니다 ㅋ

03-26 이상한행복

댓글13
인기글 제가 3등한 이유

03-26 세타

댓글16
인기글 섭탱나노 액상 소모가 넘 크네요

03-26 회색날개

댓글15
인기글 나눔 끝난시점에....1등만 기억하는 세상 ㅡ,.ㅡ

03-26 저스티스

댓글27
인기글 국도66 맛 어떻나요?

03-26 비땅

댓글15
인기글 시그뉴액상 보면서 생각난건대

03-26 리쿠샤

댓글11
인기글 Hotcig newest products-flash-e-vapor-glastank

03-26 hotcig

댓글23
인기글 와...답답하네요

03-26 후리후니

댓글48
인기글 [답글] 아래 문의해주신내용 말씀드립니다.

03-26 저스티스

댓글12
인기글 블로그에서 소스 퍼와도 동영상이 안나오는군요 ㅡ_ㅡ

03-25 소울카제

댓글4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