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프가 싫습니다. (글압주의)
본문
자극적인 제목이지만 실화입니다.
1. 25년전 어느날 군바리 시절
자대 배치 받고서는 고참일병의 똑딱이 필름카메라로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핀트가 나가고 색빠진 채도에 더해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나온 사진을 보며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 제대하면 사진기 좋은거 사야지..... ]
그리고 제대하고 몇일있다 모아둔 휴가비와 용돈을 모아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카메라를 샀습니다.
당시 최첨단의 오토포커스와 메모리카드기능을 가지고 있고 섹시한 몸매의 SLR 카메라 였더랬습니다.
앉으나 서나 자나깨나 배부르던 배고프던 늘 그 카메라는 제 옆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카메라는 몇년에 걸쳐 수백통의 필름을 써가며 많은 추억과 기억을 보존시켜주었습니다. 하지만...어느순간....
[ 장비병에 걸리다.... ]
더불어 점점 높아가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대포와 같은 렌즈부터 시작해 납작하다 못해 렌즈커버로 오인받는
특수렌즈 까지 장식장 여러칸이 카메라 장비로 채워지는 걸 보면서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았더랬습니다.
덕분에....지갑은 늘 얇을 수 밖에 없었고 둘째애가 생김과 더불어 빈익빈 부익부는 더더욱 심해지니
어쩔수 없이(라고 적고 디지털카메라가 가지고 싶어서 라고 읽습니다) 똑딱이 디카를 영입하여
온가족의 행복한 나날을 필름이 아닌 메모리카드에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디카는 또다른 [ 장비병 ]을 불러오게 되니
[ 어두운데서도 노이즈가 적고 빠른 셧터속도가 가능한 DSLR이 필요하다.... ]
결국 .... 자가대출(?)을 통해 뽀대나는 DSLR을 영입했지만
여행이나 외출할때 마다 마눌님으로부터는 칭찬보다 지속적인 잔소리를 듣게 됩니다.
[ 카메라 들지 말고 다리 아프다는 작은애 좀 업어주던지 안고 가지? ]
그렇게 사진을 취미로 하던 시절은 Game Over......가 되었지만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니 지금은...폰카가 모든 일상의 99.5%를 소화해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추억을 같이했던 정들은 카메라와 장비들은 처분하지 못하고 장농에 고이고이 잠들어 있답니다.
2. 10년전 어느날 체험장
애들을 데리고 전국방방곳곳을 여행하다 어느 곳에서 요상한 체험장이 오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 서바이벌 체험장 ]
가족들은 재미삼아 군인복장을 하고 전동식 에어코킹건을 가지고 참으로 재미있는 총싸움(?)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집에와서 서바이벌 체험을 검색하다 보니 실제로 페이지 로딩수는 GUN 장비가 대다수였다는 함정에 걸리고 맙니다.
당장 담날 집앞 문방구로 달려갔습니다. 10000원 짜리 에어코킹건과 비비탄알을 한봉지 사서 돌아와서는
종이박스에 표적을 그려놓고 가늠쇠를 노려보는 아이리스의 한장면 처럼 총질을 해대는 본인의 모습에 ...
[ 이러면 안되는데.... ]
라고 자중의 채찍질을 하였지만 현실은....명중율과 파워향상을 위해 분해되어 있는 총의 널부러진 부품들이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 개나 줘야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한자루의 에어건이 일주일이 지나니 두자루가 되고 한달이 지나니 열자루가 되고 반년이 지나니 수십자루가 되고
일년이 지나니 .....카메라 장비로 가득했던 장식장을 포화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모습에
제방은 엄청난 무기고(?)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시작이 반이 아니라 시작은.....개미지옥이었습니다.)
그러던중 막내가 태어나고 잠시후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집안 한구석에 굴러다니던 비비탄알 몇개를 막내가 섭취할려는 모습을 목격한
마눌님이 대갈하셨습니다.
[ 나가든지 총 없애든지 ]
나가면 갈때가 없는 걸 알기에 선택이 아니라 복종(?) 말고는 답이 없었습니다.
주섬주섬 장식장을 정리하면서 무기고에 들어간 자금을 계산해 보니 ... 헉!!! ....
마눌님에게는 오픈시키지 못했지만 카메라 장비에 못지 않은 금액이 나왔다는 소문이...
(무기들도 지금은 장농안의 사진장비들 옆에 고이 잠들어 있답니다.)
3. 5년전 홈플러스
막내를 데리고 홈플러스의 완구코너에 들렀더랬습니다.
수많은 레고의 행렬들 끝에 눈에 들어온 프라모델 코너가 있었습니다.
가뭄에 콩나듯 밀리터리나 차량등의 프라질(프라모델 만드는 행동의 은어)을 했었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막내에게 제가 소싯적에 즐겨만들던 건담을 보여 주고 싶어서
귀여운 꼬마건담인 BB전사(가분수의 2등신 건담)를 하나 집어오게 되었는데 .......
[ 이건!? 컬쳐쇼크!!! ]
어떻게 본드도 필요없이 아구가 딱딱맞게 조립되고, 따로 색칠안해도 될만큼 예쁘게 색분할된 부품을 보면서
연신 감탄사를 뿜어냈더랬습니다. (참고로 어릴때 프라모델에 들어있던 노란색 쪼그만 본드 씹어보면 참 맛있었습니다. @@; )
그렇게 얼렁 만들어 주고 다시 홈플러스로 가서 제법 난이도가 있을 만한 3만원 짜리를 하나 집어왔습니다.
[ 이건!? 울트라 컬쳐쇼크!!! ]
조그마한 부품들 수백개가 어우려져 뽀대나는 건담의 모습으로 빌드되어 가는 그 과정에서
비어 있던 장식장을 건프라로 채우라는 취미신의 계시를 받고야 말았으니....
불타는 금요일 + 불타는 토요일 + 불꺼지기 직전인 일요일까지 호시탐탐하며
저의 건프라들은 중대를 넘어 대대 병력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장식장이 포화되어 신발장까지 그 영역을 넘보게 되는 지경까지 왔더랬습니다.
더불어 도색장비, 각종 공구류들도 그에 못지 않게 늘어났더랬죠.
그런 제 모습을 본 어느날 현명하신 마눌님이 드디어 한마디 하셨습니다.
[ 막내도 이제 제법 컸으니 니(?) 건담하나 살때마다 레고 하나씩 사주고 내 품위유지품도 사주라..... ]
올 것(?)이 드디어 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장식장을 정리하지는 않았습니다.
치울려고 해도 장농안에는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나면...만들지지 못하고 BOX에 잠들어 있는 빛을 못 본 건담들이 수두룩 했기에....
4. 45일전
정말 우연히도 지나가던 길에 하KA 매장이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들어가서 예쁜 여자 점원이 권해주는 액상을 몇가지 베이핑 해보았습니다.
[ 오오오옷!!!!! ]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저(?)같은 사람들은 순간적인 유혹에 너무나 약한 것 같습니다.
매장을 나서는 제 손엔 힉스와 액상한병, 각종 악세사리가 푸짐하게 들려있었습니다.
덕분에 하루 두갑이상의 골초에서 연초를 바로 끊어버리게 되는 기적을 맞이하게 되었고
연초 피는 사람이 극!혐오스럽게 느껴지지라곤 감히 상상도 못했더랬습니다.
하지만....얼마되지 않아 하지 말았어야 할 전담관련 네이버 검색을 하고야 말았으니
[ 김장 / 모드기기 / 리빌드 / 레시피 / 전순x / xx포럼 / 직구 / 기타등등 ......으응? 오오오오옷!! ]
그리고 그 종착역은 바로 이곳 "지옥과 같은 이베이프" 였습니다.
그렇게 가입한지 보름여만에 전담하시는 분들은 대충 감을 잡으실 만한 많은 거사(?)를 치르고 말았습니다.
[ 힉스 -> 아날로그 -> 가변30W -> 가변 50W -> rDNA40 ]
[ 1453 -> 미프탱 -> 이고원 -> 푼 + 탱크 -> 드리퍼 ]
[ 기성액상 -> 김장 ]
지금껏 경험해본 여러취미중 이 짧은 시간에 단박에 뽕(?)을 뽑은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뭉게구름을 만들수 있고, 좁은 공간에 인공안개도 끼게 할 수 있고, 행복한 미각과 후각을 느낄 수 있고
서툰 베이핑 트릭의 재미. 기타등등.....말그대로 또다른 신세계....
하지만 장식장 한칸 구석을 이제 베이핑 도구들이 끼어들려 하고 있고, 또다시 지갑아 열려라~~ 하면서
전담마귀들이 제 머리속을 뛰어다니고 있음에 심히 괴롭습니다.
장농안에 비집고 들어가 숨겨둔 김장거리....
물건너 오고 있는 여러가지 김장재료와 기기들....
이번엔 마눌님이 등장하기 전에 미리미리 사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먼저 가신(?) 선배님들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결1] 콜렉터 기질을 가진 사람 / 푹 빠지면 잘 헤어나지 못하고 뽕을 뽑는 사람 / 귀와 눈이 얇은 사람 / 맘씨 좋은 사람은
이베이프를 결코 가까지 하지 말아야 집안에 우환(?)이 안 생깁니다.
[결2] 취미로 하는 전담이라면 장비병이 생길 경우 여타 취미 못지 않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더라.
PS1. 어제는 간만에 오프 매장에 가서 액상 몇가지를 시연 해봤습니다. 입맛이 김장한 집밥(?)과 모드기기에 익숙해져 그런건지
기성액상이 맛이 별로예요. 국도66을 아직 구경을 못해봤씁니다. 지나가다 버리실분 아니 계실런지...^^;
PS2. 7년 전부터 만들고 있는 대형 드리퍼 인듯 드리퍼 아닌 드리퍼같은 녀석입니다. 회사에 보이는 저런 부품들 마다
무화기로 보이는 착각은 전담마귀의 장난.
댓글 29건
비가올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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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씀드리면 안되는데...... 지르면 편해집니다.... ㅠㅠ |
수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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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찡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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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면서 웃는 분도 과거의 추억에 눈가가 젖어오는 분들도 있을거 같네요.
이렇게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다보면 참 즐거워지네요.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ㅎㅎ |
학공찍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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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잘읽었습니다... 저도 프라모델을 취미로 모으던 사람인데 공감가네요ㅠㅠ 전담은 아직 그만큼 갖고있지는 않지만... 저두 개미지옥에 발을 들인거 같습니다ㅠㅠ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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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올때당장의 편안함과 미래의 등짝에서 번뇌가 요동치어요 T T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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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폭42파이여요. (제조업에 일하다보니 어쩌다 무화기 샘플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 ) |
재미있는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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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비슷한 길을 가셨네요 ㅋㅋ
저는 프라모델.카메라.스노우보드.비디오게임기 이제는 전담 ㅜㅜ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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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찡나이 들어감에 따라 취미도 농익어야 되는데 자꾸 새로운 취미에 자꾸 눈이 돌아갈려는 게 좀..그렇습니다..^^ |
양경陽境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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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감춰왔던 덕력이 전담에서 폭발하고 있어요 ㅠㅠ
왜이렇게 갖고 싶은 건 많은지.... 이베이프 보면 갖고 싶은 것만 늘어가요 ㅠㅠ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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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공찍기더 깊이 안 빠져야 된다고 다짐은 하건만 현실은.....브라우저 즐겨찾기 젤 첨에 등록되어 있어요 --; |
수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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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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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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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맨헉...그러고 보니 콘솔게임기도 한때 미쵸 있었네요. FC, SFC, MEGADRIVE, PS....PS2 이후로 콘솔은 졸업했습니다.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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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폭2파이홀 6개, 액상(?) 유로홀 2개, 경통은 내경 세레이션, 외경 헬리컬로 상하 슬라이딩 기능되요.
(저거 참고로 자동차 부품입니다....)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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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陽境3월에 마눌님에게 용돈 받은거 사고 싶은거 사다보니 초과지출되어 비자금 깼습니다요. |
개얼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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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귀신아~~물러가라~~~훠이~~~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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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프현 시점부터 다시 눈팅회원으로 원복할렵니다. T T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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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얼굴개얼굴님은 전담마귀/전담귀신계의 사대천왕입니다!!!!! |
이베이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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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셀로ㅋㅋ 농입니다 |
재미있는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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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얼굴개얼굴님이 그런소리 하시면 안되시지 말입니다 |
개얼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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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셀로카메라에 비하면 저렴한취미아닌가요?ㅎㅎ |
개얼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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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맨저한테도 하나붙엇어요ㅎㅎ
좀 없애주세ㅠ |
프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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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저랑 비슷한 길을 것고 계시군요... |
홀로가는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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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담장비..전담액상 김장거리....등산복 겉옷 오바투우져 값도 안되어 오늘도 열심히 김장하며
제로모드 .ipv미니-70w 뭐로 조합하까 궁리중에 있어니 행복하리더 저는 계속헤서 개미지옥에서 끝까지 지키며 버티어 볼랍니다---오늘도 고고씽 참 http://www.just-t.de/ no3 차 한잔으로 여유를 가져 봅니다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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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같이 손잡고 걸어 보아요......으잉?.....제가 무슨 말을...^^;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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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가는길강한자가 버티는게 아니라 버티는 자가 강한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 |
채니아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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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가는길저랑비슷하시네요.. 전 편하게 렌즈하나값이얼만데 하고 맘편히..큭~ |
중산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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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르셀로님이 좋습니다
ㅎㅎㅎㅎㅎ |
아르셀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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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인혹시 아시는 관계??? 아님 스토킹....??? @___@ ; |